명의 대여란 무엇인가?
배달 플랫폼에서 ‘명의 대여’란,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이나 내국인이 자신의 계정을 취업이 금지된 외국인(예: 유학생)에게 빌려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이 행위 하나에 여러 법률 위반이 동시에 성립합니다.
첫 번째: 주민등록법 위반
플랫폼에 가입하려면 본인 인증이 필요하므로, 명의 대여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나 신분증이 사용됩니다. 주민등록법 제37조 제10호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자신인 것처럼 행세하며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배달 플랫폼 가입 시 타인의 번호로 본인 인증을 받는 행위는 이 조항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점은 신분증을 빌려준 사람도 처벌받는다는 것입니다. 주민등록법상 신분증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행위 모두 위법이므로, 계정을 빌려주는 사람 역시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만약 신분증 자체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행위가 더해졌다면, 형법상 공문서 위·변조죄가 적용되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훨씬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두 번째: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배달 계정에는 단순한 로그인 정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배달 업무 중 수많은 고객의 이름, 주소, 연락처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자연스럽게 노출됩니다.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타인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결국 이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무단으로 넘겨주는 행위와 같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권한 없이 타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를 위반하면 제7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특히 계정 대여료를 받는 등 영리 목적이 인정되거나,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공한 경우에는 처벌이 더욱 엄중해집니다.
세 번째: 고용보험법 위반
2021년부터 배달 라이더 같은 플랫폼 종사자에게도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습니다. 그런데 명의 대여가 이루어지면 실제로 배달하지 않는 명의자가 피보험자로 등록되고, 정작 일을 하는 외국인은 법망을 피해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고용보험법 제118조에 따르면 피보험자격을 거짓으로 신고한 자에게는 위반 인원 1명당 5만 원에서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정수급입니다. 명의 대여자가 허위 근로 이력을 바탕으로 실업급여를 받아 간 경우, 고용보험법 제116조에 따라 즉시 지급이 중단되고 받은 금액 전액을 돌려줘야 하며, 여기에 최대 5배의 추가 징수금까지 부과됩니다.
형사처벌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기다리고 있고, 이를 도운 명의 대여 관련자도 연대하여 반환 책임을 집니다.
네 번째: 업무방해죄·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배달 플랫폼은 라이더의 면허 보유 여부, 보험 가입 상태 등을 검증하여 배차를 관리합니다. 명의 대여는 이러한 검증 시스템을 통째로 무력화하는 행위이므로,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수익금을 정산받기 위해 연결된 통장이나 체크카드·공인인증서까지 함께 넘겨줬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가 추가됩니다. 대가를 받고 금융 접근 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는 보이스피싱 등 2차 범죄의 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높아 사법당국이 매우 엄중하게 다루는 사안입니다.
다섯 번째: 교통사고 발생 시 — 형사·보험 위험
형사 책임부터 보면,
무면허 운전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합니다. 이는 피해자와 합의를 하든, 보험에 가입되어 있든 상관없이 무조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면 초범이라도 실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보험 보상은 세 가지 층위로 나뉩니다.
우선 의무보험인 대인배상Ⅰ은 피해자를 최소한으로 보호하기 위해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됩니다. 그러나 운전자는 사고 1건당 약 300만 원의 사고부담금을 보험사에 납부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대인배상Ⅱ(종합보험)는 상황이 다릅니다. 유학생이나 명의 대여자의 오토바이가 가정용 보험에만 가입되어 있는 경우, 배달 업무(유상운송)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사는 보상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명의 대여 사실이 드러나거나 운전자가 무면허 상태였다는 것이 확인되면, 면책 약관을 근거로 보상을 거부하거나 막대한 구상권을 행사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상권 문제입니다.
2026년 1월 8일, 대법원은 무면허 운전 사고에서 의무보험(대인배상Ⅰ)에 대한 사고부담금 300만 원 한도는 임의보험(대인배상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먼저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이후 무면허 운전자나 명의 대여자에게 대인배상Ⅱ 항목으로 최대 1억 원까지 사고부담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명의 대여자 입장에서는 더욱 위험합니다. 실제로 운전한 외국인이 자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보험사는 계정 명의자인 내국인에게 보상금 전액을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본인이 운전하지 않았더라도 계정을 빌려준 사실만으로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민사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결론: 명의 대여는 단순한 ‘호의’가 아닙니다
계정을 빌려주는 행위는 주민등록법·개인정보보호법·고용보험법·전자금융거래법 등 여러 형사법 위반을 동시에 구성하며, 사고 발생 시에는 민사상 억 단위 배상 책임까지 더해집니다.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 모두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고, 피해는 고스란히 사고 피해자와 명의 대여자 본인에게 돌아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