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가족, 실제로는 남
의뢰인 A씨는 외국 국적으로 태어나 초등학생 무렵 어머니의 재혼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어머니가 한국인 남성과 혼인한 뒤, 계부는 가정법원의 친양자 입양 재판을 통해 A씨를 친양자로 입양했고, A씨는 국적법상 특별귀화 절차를 거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가족관계등록부에는 계부가 ‘부(父)’로, 계부의 성과 본이 A씨의 성과 본으로 기재되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완결된 가족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생활은 달랐습니다. 양부는 직업 특성상 장기간 집을 비웠고, A씨는 대부분의 기간을 기숙사에서 보냈습니다. 두 사람이 실제로 한 지붕 아래 생활한 기간은 길지 않았고, 교류의 밀도도 낮았습니다. 결국 어머니와 양부가 협의이혼하면서 남아 있던 최소한의 연결고리마저 끊어졌습니다. 성인이 된 A씨에게 남은 것은 사용하지도 않는 성과 본, 그리고 실체 없는 법률상 부자관계뿐이었습니다.

상호 파양 의사와 법적 쟁점
친양자 파양은 일반 입양의 파양보다 요건이 엄격합니다. 민법 제908조의5 제1항은 파양 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법원은 ‘친양자의 복리’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습니다. 저희는 혼인관계 해소 이후 교류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친양자관계를 형식적으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같은 항 제1호 후단의 ‘그 밖에 친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에 해당한다는 점을 중심으로 주장을 구성했습니다. 양측이 서로 다른 이유를 들면서도 결론적으로는 모두 파양을 원하고 있다는 사정, 입양 이후의 실제 생활 실태를 시계열로 정리해 제출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친양자관계 파양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친양자 등 파양과 파양 이후의 절차, 상속 : 네이버 블로그
성·본 변경이 한 달 만에 끝난 이유
친양자 파양이 확정되면 입양 전 친족관계가 부활합니다. 문제는 그 경우 A씨의 성과 본이 친생부 쪽으로 돌아가는데, A씨에게는 그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성이었다는 점입니다. A씨가 원한 것은 자신을 실제로 키운 어머니, 즉 귀화 당시 한국식 성과 본을 창설한 친모의 성과 본이었습니다. 이는 파양의 효과로 자동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른 별도의 성·본 변경허가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성·본 변경은 청구부터 심판까지 한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파양 판결 직후 곧바로 가족관계등록부 정리를 마쳐 등록부상 신분관계에 공백이 없는 상태에서 청구했습니다. 둘째, 사건본인이 성년이어서 미성년자 사건에서 통상 요구되는 복리 판단을 위한 별도의 조사 절차가 사실상 불필요했습니다. 셋째, 파양 판결문 자체가 교류 단절 경위와 가족관계의 실질을 확정해 두었기 때문에, 변경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소명자료가 이미 완비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법원은 추가 심리 없이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덧붙여 — 국적은 어떻게 되는가
외국 출신 의뢰인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입양을 이유로 국적을 취득했는데 파양되면 국적을 잃는 것 아니냐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미 적법하게 취득한 국적은 이후의 파양만으로 상실되지 않습니다. 다만 사안에 따라 신분관계 변동이 체류·등록 실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파양과 성·본 변경, 등록부 정리, 그리고 각종 신분증명서 재발급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률사무소 어스는 외국인·이민 사건과 가사 사건을 함께 다루며 이 전 과정을 한 번에 정리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