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공항·항만을 통해 물품을 반입하거나 반출하다가 형사 사건에 휘말리는 경우, 문제는 단순히 벌금이나 징역형에 그치지 않습니다. 관세법 위반은 곧바로 체류자격 상실과 강제퇴거로 이어지고, 여기에 거액의 추징금이 얽히면 “나가라”는 강제퇴거명령과 “나갈 수 없다”는 출국정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비인도적 상황까지 발생합니다. 법률사무소 어스는 이처럼 형사처벌과 출입국 처분이 겹치는 외국인 사건을 다수 다루어 왔으며, 이 글에서는 관련 쟁점을 판례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 환승만 하는 물품도 신고 대상: 무신고 반송의 함정
외국물품이 국내에 도착한 뒤 수입통관을 거치지 않고 다시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반송’이라고 합니다. 많은 외국인이 “국내로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환승 구역만 거쳐 제3국으로 가는 물품이니 신고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착각입니다. 국내 공항의 환승 구역, 즉 보세구역 역시 원칙적으로 반송신고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관세법 제241조 제1항은 물품을 수출·수입 또는 반송하려면 세관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해 신고 없이 수출하거나 반송한 경우 관세법 제269조 제3항 제1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원가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집니다. 대법원 2019도11489 판결도 외국으로부터 국내에 도착한 외국물품이 수입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시 외국으로 반출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송신고의 대상이 되며 신고 없이 반송하는 행위는 관세법 제269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시했습니다.
실제로 홍콩 등에서 저렴하게 매입한 금괴를 인천국제공항 환승 구역으로 반입한 뒤 일본행 운반책에게 전달해 밀반출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본 세관의 휴대품 검사가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있다는 점을 노려, 금괴를 ‘찰흙 형태’로 특수가공하거나 속옷·벨트형 포켓에 숨겨 반출하는 조직적 수법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사건에서는 투자금과 운반책을 모으는 중간관리자, 환승구역에서 금괴를 받아 배분·인솔하는 감시책 등 각 역할이 모두 처벌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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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록통관 허위 기재는 왜 바로 처벌되지 않을까
목록통관은 해외에서 특송으로 소액·자가사용 물품을 받을 때 정식 수입신고서 없이 통관목록 제출만으로 절차를 끝내는 간편한 방식입니다. 2026년 기준 물품가격 미화 150달러 이하(미국발은 200달러 이하)의 자가사용 물품이 대상이며, 관세와 부가세도 통상 부과되지 않습니다.
관세법 제269조의 허위신고죄는 “신고를 하였으나 실제와 다른 물품으로 거짓 신고한 경우”에 적용되는데, 목록통관은 정식 신고 자체를 생략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목록에 가격을 낮게 적거나 품명을 다르게 적더라도 곧바로 허위신고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장품·의료미용용품 수출업체 대표와 수출대행업체 대표가 보톡스·필러 등 약 수십억 상당을 화장품 등으로 허위 기재해 밀수출한 사안에서, 법원은 검사가 주장한 ‘FOB 200만 원 이하 소액물품의 목록통관 허위 기재’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목록통관은 법률상 수출신고를 생략하는 절차여서 정식 신고로 볼 수 없고, 물품 동일성 판단 기준이 되는 분류코드(세번부호)가 기재되지 않아 처벌 법조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죄형법정주의의 확장해석 금지 원칙이 적용된 결과입니다.
다만 목록통관 요건을 지키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악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제로는 기준액을 훨씬 넘는 물건을 쪼개거나 낮춰 적는 경우, 판매용 물건을 자가사용인 척 반복해 들여오는 경우, 구매대행업자가 여러 명의 명의를 빌려 계속 이용하는 경우에는 세관이 이를 “사실상 신고 없이 수입한 것”으로 보아 밀수입죄(관세법 제269조 제2항 제1호)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명의만 빌려준 사람보다 실제로 통관을 주도하고 의사결정을 한 사람을 밀수입죄의 주체로 보는 경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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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명을 바꿔 신고하는 순간 성립하는 허위신고 수출입죄
목록통관이 ‘신고 자체를 생략’하는 절차라 허위 기재가 곧바로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것과 달리, 세관에 정식으로 수출입 또는 반송 신고를 하면서 실제 물품과 전혀 다른 품명을 기재하면 그 순간 허위신고죄가 성립합니다.
예를 들어 보톡스·필러·다이어트약처럼 허가·검사 대상인 물품을 건강식품 등으로 품명을 바꿔 신고하는 경우입니다. 실제 물품과 다른 물품으로 신고해 통관을 통과시키려는 행위 자체를 관세법이 정면으로 처벌합니다.
신고를 하였으나 해당 수입물품과 다른 물품으로 신고해 수입한 자는 관세법 제269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반대로 신고를 하였으나 해당 물품과 다른 물품으로 신고해 수출하거나 반송한 자는 관세법 제269조 제3항 제2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원가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무신고(제1호)와 허위신고(제2호)는 나란히 규정되어 있으며, 수입과 수출·반송의 법정형 격차도 무신고의 경우와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밀수출한 용품 합계가 일정 기준을 넘는다면 특가법 가중처벌 기준까지 함께 검토되는 사안이었습니다.
⚖️ 밀수입은 왜 밀수출·반송보다 훨씬 무거운가
같은 무신고·허위신고라도 방향에 따라 처벌 수위가 크게 갈립니다. 세관장의 수입신고 수리 없이 물품을 들여오거나 전혀 다른 물품으로 속여 수입한 밀수입죄(관세법 제269조 제2항)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반면 무신고 수출·반송죄(관세법 제269조 제3항)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원가 이하의 벌금에 그칩니다.
판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반송이나 수출은 외국물품이 국내 보세구역을 통과할 뿐 국내로 반입되는 것이 아니어서 국내 관세 수입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반면, 밀수입은 국내 관세 질서와 유통 질서에 미치는 해악이 훨씬 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정형 자체가 대폭 높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물품원가가 고액인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6조가 적용되어 형량이 대폭 가중됩니다. 여기서 수입과 수출·반송의 격차는 더욱 벌어집니다. 수입의 경우 물품원가 5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억 원 이상 5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반면 수출·반송은 물품원가 5억 원 이상일 때에만 특가법이 적용되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즉 수입은 2억 원이라는 더 낮은 기준부터 가중처벌이 시작됩니다.
벌금 병과에서도 차이가 뚜렷합니다. 특가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 법원은 징역형과 함께 반드시 벌금형을 병과해야 하는데, 수입은 물품원가의 2배에 상당하는 벌금이 필요적으로 병과되는 반면 수출·반송은 물품원가 상당(1배)의 벌금이 병과됩니다. 물품원가는 원칙적으로 도착가격(CIF 가격)을 의미하며, 금괴처럼 국내에서 정상 거래되지 않는 물품은 KRX 금 시세 등 합리적 기준으로 평가합니다.
🔒 필수적 몰수·추징과 징벌적 공동추징
밀수입된 범칙물품은 관세법 제282조에 따라 필수적으로 몰수됩니다. 물품이 이미 유통·처분되어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범칙 당시의 국내도매가격에 상당한 금액을 범인으로부터 필수적으로 추징합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관세법상 추징이 징벌적 제재라는 것입니다. 여러 명이 공모해 밀수입한 경우, 범칙자 전원으로부터 각각 물품의 국내도매가격 전액을 추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범 중 한 명이 전액을 납부하면 다른 공범들의 집행은 면제됩니다. 단순 운반책이나 연락책이라도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면 공동정범으로 처벌되어 수억 원대의 추징금 부담을 함께 지게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양형에서는 참작의 여지가 있습니다. 앞서 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노244 사건에서 법원은 밀수출 물품이 수출 제한 품목이 아니고, 피고인들이 관세포탈 등 다른 직접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으며, 단속 이후 정상적으로 수출신고를 이행하고 반성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뿐 아니라 약 41억 원과 13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 전체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 관세법과 함께 적용되는 병합 처벌
외국인이 밀수입하는 물품의 종류에 따라 관세법 외의 특별법이 병합 적용되어 처벌이 무거워집니다. 보톡스·필러·마스크 같은 의약품·의약외품을 식약처장의 허가나 신고 없이 수입하면 약사법 위반죄가 병합되고, 다이어트약이나 식품류를 수입신고 없이 들여오면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위반죄가 병합됩니다. 화장품을 무등록으로 수입·보관·판매하면 화장품법 위반죄가, 위조품이라면 상표법 위반죄까지 함께 적용됩니다.
여기에 외국환거래법도 자주 문제됩니다. 여행자가 미화 1만 달러를 초과하는 지급수단(외화·원화 현찰, 수표 등 합산)을 신고 없이 휴대 반출입하면, 3만 달러 이하는 위반금액의 5% 과태료, 3만 달러 초과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가능합니다.
🛂 형사판결 확정 후 시작되는 진짜 문제: 사범심사와 강제퇴거
외국인 관세 사건의 무게중심은 형사판결 이후에 있습니다. 고액 체납이나 기타 사유로 체류기간 연장이 불허된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출국해야 하지만, 형사 수사나 재판이라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적으로 출국기한유예를 받아 임시로 머무를 수 있습니다. 이는 비자를 새로 주는 것이 아니라 출국 의무를 일시 미뤄주는 임시 조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형사판결이 확정되면 재판 참석을 위한 유예 사유가 소멸하고, 관할 출입국·외국인관서는 본격적인 사범심사에 착수합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13호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사람’은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하므로, 실형은 물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도 강제퇴거 대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사범심사 결과 사안이 비교적 경미하면 출국명령(제68조)이,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되면 강제퇴거명령(제46조)이 내려지고, 즉시 송환이 불가능하면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됩니다.
✈️ 출국정지와 체류자격 연장은 완전히 별개다
많은 외국인이 “지금 국내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으니 체류를 허가해 달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출국정지와 체류자격 연장은 처분의 주체·목적·법적 근거가 완전히 분리된 별개의 처분입니다.
판례는 범죄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정 등은 법무부장관이 출국정지를 할 수 있는 사유가 될 뿐이지, 그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에 체류할 권리나 출국기한유예를 당연히 허가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10억 원 이상의 세금·건강보험료를 체납해 무역경영(D-9) 연장이 불허된 파키스탄 국적자가 “국내 형사 수사를 받아야 하니 유예해 달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같은 취지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즉 출국정지 상태라는 것이 비자 연장이나 체류권 보장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한편 출국정지 자체도 무제한 허용되지는 않습니다. 법무부는 5,000만 원 이상의 국세·관세 체납자 또는 2,000만 원 이상의 추징금 미납자에 대해 출국을 정지할 수 있지만, 그 목적은 출국을 이용해 국내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켜 국가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습니다. 단순히 체납액이 고액이라는 사실만으로, 혹은 심리적 압박을 가해 자진 납부를 강제할 목적으로 출국정지를 연장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위법합니다.
이 기준에 따라 법원은 사안별로 결론을 달리했습니다. 증여세 약 193억 원을 체납한 싱가포르 국적자, 국세 약 11억 7,000만 원을 체납한 호주 국적자, 증여세 약 3억 원을 체납한 미국 국적자 사건에서는 국내 자산이 이미 압류·공매되었고 추가로 해외로 유출할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출국정지가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했습니다. 반면 금괴 밀반송으로 167억여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고도 영치금 6만 원 외에 전혀 납부하지 않은 채 범죄수익을 일본에 은닉했을 가능성이 높은 일본 국적자 사건에서는, 국제 형사사법공조로 현지 자산을 조사하는 단계라는 점을 들어 출국정지 유지를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나가라”와 “나갈 수 없다”의 충돌, 그리고 보호해제
가장 심각한 상황은 강제퇴거명령과 출국정지가 동시에 걸릴 때입니다. 강제퇴거명령에 따라 한국 밖으로 나가야 하지만 출국정지에 가로막혀 나갈 수 없으니, 외국인은 본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외국인보호소에 종기 없이 갇히는 실질적 인신구금 상태에 빠집니다.
서울행정법원 2021구단71277 사건이 이 딜레마를 잘 보여줍니다. 약 309kg(시가 167억 7,600만 원 상당)의 금괴를 차량 부품에 숨겨 밀반출한 일본 국적자가 징역 1년과 추징금 167억여 원을 선고받고 형을 마쳤는데, 출입국청은 그를 강제퇴거 대상자로 보호(수용)하면서 동시에 검찰 요청으로 추징금 확보를 위한 출국정지를 유지했습니다. 원고는 “출국을 막아 보호소에 무기한 가두는 것은 영장 없는 가혹한 인신구금”이라며 출국정지 취소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거액의 추징금 집행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인정해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이 제시한 해법은 명확합니다. 출국정지 처분 자체는 물리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신체 구속이 아니어서 헌법상 영장주의 위반이 아니고, 국가 형벌권 확보라는 공익이 크므로 이를 다투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신 강제퇴거 처분을 내린 출입국관서의 장을 상대로 출입국관리법 제63조에 따른 보호명령의 보호해제를 별도로 신청해야 합니다. 일정한 보증금을 예치하거나 주거지를 제한하는 조건을 붙여 보호소 수용 상태를 먼저 풀고, 신체의 자유를 얻은 임시 상태에서 국내에 머물며 체납·추징금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유일하고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 정리하며
외국인 관세 사건은 “환승만 하는 거니까”, “소액이니까”, “품명만 조금 바꿨을 뿐”이라는 가벼운 생각에서 출발하지만, 관세법은 통관질서 자체를 보호하는 법률이어서 의도가 없어도 절차를 어기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액이거나 반복적인 행위는 특가법까지 적용되어 형량이 크게 오르고, 형사처벌이 끝난 뒤에도 강제퇴거·출국정지·보호소 수용이라는 출입국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이어집니다. 방어의 성패는 초기 통관 단계의 사실관계 정리와, 형사·출입국 절차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대응하는 전략에 달려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어스는 외국인 관세·밀수 관련 형사사건과 이에 따르는 출국정지·강제퇴거·보호해제 등 출입국 처분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관련 사안이 있으시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가지고 상담받으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어스 · 02-336-2736 (홍대입구역 인근, 서울 마포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