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담사례 중 정식 근로 계약을 맺고 입사한 지 두 달 만에 회사가 임금을 깎겠다는 문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고, 거부하자 일주일 뒤 퇴사를 요구했습니다.
퇴사 사유가 사실과 다르게 “자진퇴사”로 적혀 있고, 실제로는 회사의 일감이 줄어 더 이상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정인데도 책임을 근로자에게 돌리는 방식으로 작성돼 있다는 점입니다.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대신 자진퇴사서에 서명하라는 조건까지 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문서에도 서둘러 서명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과 다른 자진퇴사 기재는 임금·해고 관련 권리뿐 아니라 E-9 체류자격에도 불리한 흔적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자진퇴사” 서명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사직서(자진퇴사서)는 근로자가 스스로 근로계약을 끝내겠다는 일방적 의사표시입니다. 일단 서명하면 법적으로는 “회사가 자른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그만둔 것”이 되어, 해고를 전제로 한 보호 장치들이 대부분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부당해고를 다툴 근거 자체가 사라지고, 임금을 깎겠다는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퇴사 처리 뒤에는 다투기 훨씬 번거로워집니다. 무엇보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상 사업장 변경 신청에서 “근로자 본인의 사정으로 그만둔 경우”와 “회사 사정으로 계약이 끝난 경우”는 전혀 다르게 취급됩니다. 지금 서명을 요구받고 있는 문서 한 장이, 앞으로의 체류자격 절차 전체의 출발점을 정하는 셈입니다.
회사 사정으로 그만두는데 “자진퇴사”로 적을 수 있는가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을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로 결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임금 삭감처럼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바꾸는 데는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서명하지 않으셨다면 그 삭감안은 애초에 효력이 없습니다.
이 상태에서 회사가 실질적으로는 업무량 감소, 즉 경영상 사정으로 근로관계를 끝내려 하면서 서류상으로만 자진퇴사로 처리하는 것은 실제와 다른 사실관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법적 평가는 문서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근로관계 종료를 주도했는지로 판단합니다.
회사가 계속 고용이 어렵다고 먼저 통보하고 퇴사를 요구했다면, 그 실질은 권고사직 내지 해고이지 자진퇴사가 아닙니다. 서명을 대가로 위로금 성격의 금원(이 사안에서는 160만 원)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니지만, 그 대가로 사실과 다른 문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서명을 거부했을 때 회사가 해고하면 어떤 권리가 있는가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조항과 부당해고 구제신청(제28조, 노동위원회에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 신청)은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므로, 현재 근무하시는 회사의 규모를 먼저 확인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단순히 “실수가 있었다”거나 “업무량이 줄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해고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고, 특히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별도의 엄격한 요건(해고 회피 노력, 합리적·공정한 대상자 선정 등)을 갖춰야 합니다.
다만 해고예고수당(근로기준법 제26조, 30일 전 예고 또는 30일분 통상임금)은 계속근로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예외 사유에 해당하므로, 입사 약 2개월 시점에서 해고되면 이 부분까지는 청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정확히 알아두셔야 합니다.
만약 해고 과정에서 회사가 폭행이나 협박에 준하는 방식으로 서명을 강요했다면, 그 강요 행위 자체가 형법 제324조 강요죄에 해당할 여지도 있습니다. 문자메시지, 녹취, 임금삭감 문서 사본 등은 지금부터 날짜순으로 모아 두시는 것이 이후 어떤 절차를 선택하든 가장 중요한 준비입니다.
E-9 체류자격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대응 방법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는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 그리고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이나 부당한 처우 등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를 사업장 변경 신청 사유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겪고 계신 상황, 즉 회사 사정으로 인한 계약 해지와 임금삭감 강요·서명 강요는 바로 이 조항이 예정한 “근로자 귀책이 아닌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4항은 이런 사유로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 사업장 변경 횟수(원칙적으로 3회) 산입에서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어, 자진퇴사로 기록되는 것과 비교해 이후 재취업 기회에서 실질적으로 유리합니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는
① 문서에 서명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시면서, ② 관할 고용센터·한국산업인력공단(EPS)에 실제 퇴사 사유가 회사의 경영 사정과 부당한 처우에 있음을 명확히 알리고 ③ 필요하다면 고용노동부에 임금삭감 강요·서명 강요에 대한 진정을 함께 제기해 사업장 변경 사유를 “근로자 귀책 아님”으로 기록에 남기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근로기준법 제104조가 진정 제기의 법적 근거입니다.
근로자는 사업장의 법 위반 사실을 고용노동부장관·근로감독관에게 통보할 수 있고, 그 통보를 이유로 회사가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그 자체가 별도로 제110조 위반(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 됩니다.
반복적인 서명 강요·압박적 대우 = 직장 내 괴롭힘(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쪽으로 구성하는 게 정확합니다. 자진퇴사 요구 자체는 형식적으로 위법이 아니지만, “위력을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며 그만두게 만드는” 방식이라면 이 조항이 걸립니다.
진정 접수 이후 회사가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면 제76조의3⑥ 위반(제109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별도로 성립합니다.
다만 근로계약이 실제로 종료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출국 의무가 발생하므로(같은 조 제3항), 계약종료 시점과 신청 기한을 반드시 함께 관리하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 하실 일
문서에는 아직 서명하지 마시고, 회사와 주고받은 문자·통화 녹음·임금삭감 요구 문서를 사본으로 확보해 두십시오. 그 다음 관할 고용센터 또는 외국인력상담센터(1345, 다국어 통역 지원)에 현재 상황—임금삭감 거부 후 퇴사 요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상담해 사업장 변경 절차를 준비하시고, 필요하면 노동청 진정과 사업장 변경 신청을 병행하시기 바랍니다.
회사가 제시하는 금원과 자진퇴사서는 한 세트로 묶여 있으므로, 그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변호사와 함께 실제 받을 수 있는 권리(정당한 해고 여부, 임금삭감 무효, 사업장 변경 사유 기재)를 먼저 확인하신 뒤 결정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법률사무소 어스 · 출입국·외국인 사건 전문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8, 2층 (홍대입구역) · ☎ 02-336-27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