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일정 국가의 외국인에 대해 사증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무사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 무사증 대상이라고 해서 입국이 당연히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항에서 이루어지는 입국심사는 사증심사와 별개의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국내에서 형사처벌이나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거나, 출입국 당국에 입국규제 정보가 등록되어 있다면 제주도 무사증 입국을 시도하더라도 공항에서 입국이 불허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도 과거 한국에서 성범죄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외국인 기업인에 대한 입국불허처분과 K-ETA 불허처분이 모두 적법하다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과거 범죄가 있으면 입국할 수 없다”는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닙니다.
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입국이 거부된 외국인은 사증을 다시 신청해서 사증발급거부처분을 다퉈야 할까요? 아니면 입국불허 또는 그 배경에 있는 입국규제 자체를 다투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요?

1. 제주도 무사증 입국도 공항 입국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제주도 무사증 제도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외국인에게 사전에 대한민국 사증을 발급받지 않고 제주도로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사증이 필요 없다’는 것과 ‘입국이 보장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외국인이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입국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출입국 당국은 여권의 유효성, 입국 목적, 체류 예정기간뿐만 아니라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서 정한 입국금지·거부 사유가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따라서 과거 국내에서 범죄를 저질렀거나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 경우, 또는 출입국 당국에 별도의 입국규제가 등록되어 있는 경우에는 무사증 대상 외국인이라도 입국이 불허될 수 있습니다.
2. 서울행정법원 판결 – 8년 전 기소유예도 입국불허 사유가 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5742 사건에서는 중국계 호주 국적 기업인의 입국 문제가 다뤄졌습니다.
원고는 중국 난징에 모회사를 둔 그룹과 한국 지사 및 제주도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회사 등의 회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원고에게는 과거 한국에서 업무·고용관계상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던 한국 여성을 위력으로 추행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기소유예처분 이후 약 8년이 지났고 그 사이 다른 범죄를 저지른 사실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출입국 당국은 원고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고, 이후 원고가 신청한 K-ETA 역시 불허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입국규제 기간이 지났습니다”라는 주장만으로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원고가 법무부의
「입국규제 업무처리 등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다투었다는 점입니다.
원고는 자신의 경우 지침상 입국규제 기간이 이미 경과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무부의 입국규제 관련 지침은 행정청 내부의 업무처리 기준이라는 성격을 가지므로, 지침에서 정한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입국을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법원은 범행의 경위와 내용, 직무관련성, 이후의 사정, 출입국 관리상 위험성 등을 개별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입국규제 사건에서는 단순히
“지침상 3년인데 이미 8년이 지났다” 라는 주장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 현재 시점에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공공안전이나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기업 회장이고 한국에 투자한다는 사정도 결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원고는 기업인으로서 한국 및 제주도와 상당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사정도 입국을 허용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외국인의 입국허가는 개인의 경제활동 보장보다 국가의 안전과 사회질서 유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영역이고, 외국인의 입국 여부에 대해서는 행정청에 광범위한 정책재량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외국인이 국내 회사의 대표이거나 상당한 투자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입국규제를 해제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실무에서는 과거 범죄의 내용, 범죄 발생 이후의 기간, 재범 여부, 현재의 생활관계, 한국 입국의 필요성, 가족관계, 국내 사업관계 등을 종합하여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해야 합니다.
5. 그렇다면 사증발급 거부소송을 제기하면 될까요?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외국인이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면 흔히 해외 대한민국 공관에서 사증을 신청한 다음, 사증이 거부되면 그 거부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외국인에게 사증발급거부 취소소송은 원고적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4두42506 판결은 외국인에게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사증발급거부처분의 실체적 위법성을 본격적으로 다투기도 전에 소송 자체가 각하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입국규제를 받고 있는 외국인이 무조건 사증을 신청한 뒤 거부처분 취소소송부터 제기하는 것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6. 재외동포 등 대한민국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사증소송이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재외동포 사건에서는 다른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은 재외동포인 원고에 대한 사증발급거부 사건에서, 과거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결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재외공관장이 아무런 독자적인 재량판단을 하지 않고 사증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내부 전산망에 입력되어 있을 뿐 외부에 공식적으로 표시되지 않은 입국금지결정의 처분성을 부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재외동포 등 대한민국과 특별한 법적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사증발급거부처분 자체를 대상으로 재량권 불행사 또는 재량권 일탈·남용을 다투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7. 공항에서 받은 ‘입국불허처분’을 직접 다투는 방법
반면 실제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심사를 받은 뒤 입국이 불허된 경우에는 문제의 구조가 달라집니다.
사증발급 거부가 아니라 출입국관리법 제12조에 따른 구체적인 입국심사의 결과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도 무사증으로 입국한 외국인의 경우 애초에 사증을 신청한 것이 아니므로, 사건의 직접적인 출발점은 ‘사증발급거부’가 아니라 공항에서 이루어진 입국불허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에서는 사증소송을 새로 만들어 제기하기에 앞서
① 공항에서 어떠한 처분을 받았는지
② 입국불허 사유가 무엇인지
③ 별도의 입국규제가 등록되어 있는지
④ 입국불허와 입국규제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8. 이미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는데도 소송할 수 있을까?
입국불허를 받은 외국인은 대부분 즉시 또는 단기간 내 출국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미 출국했으니 입국불허처분을 취소해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행정소송에서는 이미 처분의 직접적인 효과가 종료되었더라도 동일한 사유에 따른 처분이 반복될 위험이 있고 그 위법성을 확인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면 소의 이익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입국불허 사건에서는 한 번 입국불허를 받은 사실이 이후 입국심사나 사증심사에서 다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본국으로 돌아간 경우라고 하더라도 향후 대한민국에 다시 입국할 필요가 있다면 소송의 실익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9. 사증소송과 입국불허소송,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결국 핵심은 현재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있는 법적 장애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한국에 들어가고 싶으니 비자를 신청하고, 거절되면 소송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구별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현재 상황 | 우선 검토할 대응 |
|---|---|
| 해외에서 처음 사증이 거부됨 | 사증거부 사유 및 원고적격 검토 |
| 재외동포의 사증이 입국규제를 이유로 거부됨 | 사증발급거부처분의 재량심사 여부 검토 |
| 제주 무사증으로 입국하다 공항에서 거부됨 | 입국불허처분 취소소송 검토 |
| K-ETA가 불허됨 | K-ETA 불허사유 및 입국규제 존재 여부 확인 |
| 과거 범죄·출입국법 위반으로 입국규제가 있음 | 입국규제의 근거·기간·현재 필요성 확인 |
| 이미 입국불허 후 출국함 | 동일 처분 반복 가능성 및 소의 이익 검토 |
10. 가장 중요한 것은 ‘입국규제의 원인’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사증발급거부, K-ETA 불허, 제주 무사증 입국불허는 서로 별개의 절차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하나의 입국규제 정보가 여러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형사사건을 이유로 입국규제가 등록되어 있다면,
입국규제 → K-ETA 불허 → 무사증 입국불허 → 사증발급 거부
와 같은 형태로 문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마지막 단계인 사증발급거부만 취소해 달라고 다투는 것이 반드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일반 외국인의 사증발급거부 취소소송에는 원고적격이라는 별도의 장애물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11. 입국규제 자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도 주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내부적으로 등록된 ‘입국규제’를 무조건 직접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 2017두38874 판결은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결정이 내부 전산망에 입력되었지만 당사자에게 공식적으로 통보되지 않은 사안에서, 그 입국금지결정 자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입국규제가 있으니 입국규제 취소소송을 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접근해서도 안 됩니다.
입국규제가 외부에 어떠한 형태로 표시되었는지, 실제로 어떠한 처분이 이루어졌는지, 현재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처분이 무엇인지를 먼저 특정해야 합니다.
한국 입국불허 시- 사증 재발급과 입국방법 : 네이버 블로그
12. 결국 어떤 소송이 가장 실익이 있을까?
입국불허 사건에서는 사증소송을 할 것인지, 입국불허를 다툴 것인지, 입국규제 자체를 문제 삼을 것인지를 사건 초기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제주도 무사증으로 입국하였다가 공항에서 입국불허를 받은 사건이라면, 새로운 사증 신청부터 하는 것보다 이미 발생한 입국불허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는 방법이 보다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직 입국을 시도하지 않은 상태이고 재외동포 등 사증발급과 관련하여 법적으로 보호되는 특별한 지위가 있다면 사증발급거부처분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더 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처분의 명칭이 아닙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입국을 막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그 원인을 법원이 심사할 수 있는 형태의 ‘처분’으로 특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따라서 입국규제 사건에서는 먼저 과거 형사처분 및 출입국법 위반 내역, 입국불허 통지서, K-ETA 결과, 과거 사증발급거부 내역 등을 확인한 뒤 가장 실효적인 소송 대상을 선택해야 합니다.
13. 과거 범죄로 입국불허가 언제나 적법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에서 법원이 입국불허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과거 범죄전력이 있는 외국인에 대한 입국불허가 언제나 적법한 것은 아닙니다.
출입국 당국의 재량이 광범위하다는 것과 재량권에 대한 사법심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과거 범죄 이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는지, 재범이 있었는지, 입국규제 지침상 통상적인 규제기간이 지났는지, 국내 가족관계가 있는지, 국내에서 수행해야 할 구체적인 업무가 있는지, 현재에도 공공의 안전이나 사회질서를 해칠 현실적인 우려가 존재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행정청이 과거의 법위반 사실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현재의 사정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면 재량권 불행사 또는 재량권 일탈·남용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입국불허 시, 변호사 조력 및 대응방안 – 상.. : 네이버블로그
14. 입국불허 사건은 소송 대상을 정하는 단계부터 중요합니다
외국인의 입국 문제는 일반적인 행정소송과 조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증발급거부를 다투면 원고적격이 문제가 될 수 있고, 내부적인 입국규제 자체를 다투면 처분성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공항 입국불허를 다투면 이미 출국한 이후의 소의 이익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입국이 거부되었으니 취소소송을 하면 된다”고 접근하기보다는,
사증발급거부 → 입국규제 → K-ETA → 공항 입국불허
중 어느 단계에서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처분이 존재하고, 어느 처분을 취소시키는 것이 실제 재입국 가능성을 높이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어스는 외국인의 사증발급거부, 입국금지·입국규제, K-ETA 불허 및 공항 입국불허 사건에서 처분의 성격과 소송요건을 검토하고, 실제 재입국을 위한 적절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증발급 거부처분, 입국불허 시, 소송 방법 : 네이버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