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집 — 조직이 아니라 ‘친구’가 데려온다 – 최근 특성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모집 경로가 광고가 아니라 인간관계라는 점입니다.
- 한 명(A)이 지인으로부터 “내가 책임지고 기본급만 챙겨주고 그 이상도 벌게 해줄 테니 서울로 올라와라”는 구체적 제안을 전화로 받는다.
- A가 고향에서 어울리던 친구들 앞에서 “나 취업했다, 돈 많이 벌 수 있는 곳이다” 라고 말한다.
- A는 직접 데려가지 않고 상급자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알려주며 “너가 연락해봐” 라고 한다.
- B가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한다. 돌아온 답은 “언제 올라올 수 있냐?

구조가 노리는 것
채용 광고가 남지 않는다. 구인구직 사이트나 대포 광고를 쓰지 않으므로 수사기관이 모집 단계를 역추적하기 어렵습니다.
거절 확률이 낮다. 모르는 사람의 제안이 아니라 어제까지 같이 놀던 친구의 자랑이므로 경계심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탈이 봉쇄된다. 이미 친구 여러 명이 함께 들어와 있으므로, 빠지려면 친구를 버려야 합니다. 실제로 “찝찝하지만 거부할 생각은 못 했다”는 진술이 반복해서 나옵니다.
주거지가 곧 범행 장소가 된다. 조직이 보증금과 월세를 대주는 이유는 복지가 아니라, 중계기를 돌릴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 범행 양태 ① — 통신중계기(SIM박스) 설치·운영
가장 처벌이 무거워지는 축입니다. 해외 콜센터가 국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 때 070이나 국제전화 번호가 뜨면 아무도 받지 않습니다. 이 번호를 010으로 바꿔 주는 장치가 통신중계기입니다.
2-1. 장비 조달
공기계 확보 – 유심 확보 – 라우터 수령 – 비용정산의 구조입니다.
유심을 현금으로 소량씩 나눠 산 것은 구매 이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2-2. 개통 — 타인 명의를 ‘주입’하는 단계
해외 조직원이 패드에서 ‘다른 기기에서 전화/문자하기’ 기능을 실행하면, 실제 발신은 국내 유심에 연결된 010 번호로 나갑니다.
2-3. 유지 관리 — 실제로 시키는 일은 단순노동
말단이 맡는 일은 기술적이지 않습니다.
휴대폰이 방전되지 않게 충전하고 꺼지지 않게 관리
정지된 유심을 보고하고 교체
멀티탭·유심 등 소모품 구입
3. 범행 양태 ② — 코인 장외환전
두 번째 축은 피해금을 코인으로 바꿔 추적을 끊는 일입니다.
무통장입금(현금 입금) 은 송금인의 계좌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계좌 대 계좌 이체였다면 즉시 자금 흐름이 이어지지만, 현금 입금은 그 고리를 한 번 끊습니다.
ATM 앞 영상통화는 매수자가 실제로 그 자리에서 현금을 넣는지 확인하는 절차인 동시에, 매수자의 얼굴과 정황을 잡아두는 장치입니다.
“신고하지 않겠다”는 동의를 명시적으로 받는다는 것은, 양측 모두 이 거래가 지급정지·수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4. OTC는 정말 ‘시세보다 비싸게’ 사는가
결론은 명확합니다. 매수자는 시세에 더해 최소 13~16%, 소액 구간에서는 실질 20~70%를 얹어서 삽니다.
주목할 점이 두 가지입니다.
- 흥정이 아니라 조직이 미리 만들어 내려보낸 가격표라는 뜻이고, 이는 영업의 계속성·조직성을 보여주는 정황입니다.
- 소액일수록 부담률이 폭증하는 역진적 구조인데, 이는 소액 거래를 억제해 거래 건수당 처리 비용과 노출 위험을 줄이려는 설계로 읽힙니다.
그 웃돈은 왜 지불되는가
매수자 상당수는 마약 대금·불법도박 수익·불법 해외송금 자금 등 현금은 있는데 거래소를 못 쓰는 사람들입니다.
| 이유 | 내용 |
|---|---|
| KYC 회피 | 업비트·빗썸 등은 신분증·본인 셀피·본인 명의 계좌 연동을 요구하고 거래내역이 실명으로 남는다. 신원 노출은 곧 체포·몰수로 직결된다 |
| 현금 직접 사용 | 거래소는 본인 명의 계좌이체로만 입금이 가능하다. 현금을 계좌에 넣는 순간 고액현금거래보고(CTR)가 작동한다 |
| 즉시성 | 거래소 KYC 심사에는 수일이 걸리고, 현금을 손에 들고 있는 그 기간이 가장 위험하다 |
| 한도 없음 | 거래소는 1일 출금 한도와 고액 보고 의무가 있으나, 텔레그램 OTC는 수억 원도 한 번에 현금으로 처리된다 |
이 격차는 수수료가 아니라 신원 보호·현금 직접 사용·즉시 거래·무제한 금액 처리를 묶어 사는 값이자, 전액 몰수 위험을 피하는 보험료라는 뜻입니다. 금융당국도 KYC가 없는 OTC·P2P 환전을 가상자산 자금세탁의 주요 통로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4-4. 반대편 층위 — 조직 → OTC 업자는 ‘할인’
한편 보이스피싱으로 편취해 블록체인상 꼬리표가 붙은 이른바 ‘오염된 코인’은 정상 거래소에 입금하면 동결됩니다. 조직은 이 코인을 OTC 업자에게 시세보다 싸게(실무상 20% 안팎) 넘기고, 업자는 그 차액을 위험 수당으로 가져갑니다.
5. 범행 양태 ③ — 문화상품권 핀번호 세탁
- 텔레그램 별도 대화방에 조직원이 문화상품권 핀(PIN) 번호를 올린다.
- 말단 가담자가 핀번호를 확인해 상품권 현금화 사이트에 접속, 상품권을 현금화한다.
- 현금화된 돈을 본인 명의 계좌로 받는다.
- 조직이 알려주는 인적사항과 은행계좌로 다시 이체한다.
- “돈을 받을 때 입금자명을 계속 바꿔서 입금하라.”
왜 상품권인가
계좌 대 계좌 이체가 아니므로 금융기관의 이상거래탐지(FDS)와 지급정지 체계를 우회하기 쉽습니다.
상품권은 소액으로 잘게 쪼개기 좋고, 핀번호는 텔레그램 텍스트로 순식간에 넘길 수 있습니다.
입금자명을 계속 바꾸라는 지시는 동일인이 반복 입금하는 패턴을 숨기려는 것으로, 자금 흐름을 의도적으로 가장하는 행위입니다.
이 사건에서 해당 가담자는 “너무 많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할 만큼 반복적으로 상품권을 현금화해 송금했습니다.
6. 수익 배분 — 수수료의 30%, 정산
말단은 수수료의 30%만 가져갑니다. 나머지 70%는 상선으로 올라갑니다.
성과급제입니다. “일한 만큼(코인을 판매한 만큼)” 정산한다는 것은, 팔수록 더 받는 구조라는 뜻이고 이는 범행 반복의 유인이 됩니다.
정산 주기가 고정되어 있습니다. 즉흥적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급여 체계를 갖춘 계속적 영업이라는 정황이며, 이는 형법 제114조 범죄단체 활동 인정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계정 하나를 공동 관리했습니다. 역할이 분리되지 않고 한 계정을 돌려 쓰는 구조는, 개별 거래 건별로 누가 처리했는지 특정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변호인 관점 — 추징은 원칙적으로 개인이 실제 취득한 범죄수익을 기준으로 합니다. 4명이 공동 계정을 쓰고 뭉뜽그려 정산받은 사안에서는, 본인이 처리한 거래 건수·본인이 실제 수령한 정산액을 특정하지 못하면 전체 수익에 대해 연대적으로 추징될 위험이 있습니다.
적용 법조 — 현행 조문으로 확인
통신중계기 설치·운영
| 행위 | 적용 법조 | 법정형 |
|---|---|---|
|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전기통신역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 |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 → 제97조 제7호 | 1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 |
| 등록 없이 기간통신사업을 경영 | 전기통신사업법 제6조 제1항 → 제95조 제3호 |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 벌금 |
| 발신번호 거짓 표시(변작) | 전기통신사업법 제84조의2 |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
핵심 쟁점 — 같은 전기통신사업법이라도 ‘제공’이냐 ‘경영’이냐에 따라 법정형이 세 배 차이 납니다. 유심 한 장을 넘긴 사안은 제30조(1년 이하)로 가지만, 아이폰 18대에 타인 명의 유심을 꽂고 VPN으로 해외 단말과 연동해 국내 발신을 계속 가능하게 한 행위는 사실상 통신사업을 경영한 것으로 평가되어 무등록 기간통신사업(제95조 제3호) 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사기 본범·조직
| 행위 | 적용 법조 | 법정형 |
|---|---|---|
| 전기통신금융사기 실행 |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 제1항 |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범죄수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 병과 가능 (미수범 처벌, 상습범 1/2 가중) |
| 사기 | 형법 제347조 |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
| 사기 방조 | 형법 제347조 + 제32조 | 정범 형의 1/2 감경 |
|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 형법 제114조 | 조직 2년 이상 / 가입·활동 1년 이상 |
| 이득액 5억 원 이상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3조 | 3년 이상 (50억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
자금세탁 — OTC 코인·문화상품권
| 행위 | 적용 법조 | 법정형 |
|---|---|---|
| 범죄수익의 취득·처분 사실 가장, 은닉 |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예비·음모 2년 이하) |
| 신고 없이 가상자산거래를 영업으로 함 | 특정금융정보법 제7조 → 제17조 제1항 |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 |
| 본인 명의 계좌(접근매체) 제공·대여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 제49조 제4항 |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
역할별 죄명 요약
상선·총책
├─ 통신사기피해환급법 §15조의2 (1년 이상 유기징역)
├─ 형법 §347 사기 / 특경가법 §3
├─ 형법 §114 범죄단체조직
└─ 전기통신사업법 §84조의2
중계기 관리책
├─ 전기통신사업법 §30 → §97 7호 (타인통신 매개)
├─ 전기통신사업법 §6① → §95 3호 (무등록 기간통신사업 경영)
├─ 형법 §347 + §32 사기방조
└─ 형법 §114 범죄단체활동
OTC 환전책
├─ 범죄수익은닉규제법 §3 ← 핵심
├─ 특정금융정보법 §17① (미신고 VASP 영업)
├─ 형법 §347 + §32 사기방조
└─ 전자금융거래법 §6③ → §49④ (본인 계좌 제공)
상품권 세탁 담당
├─ 범죄수익은닉규제법 §3
├─ 형법 §347 + §32 사기방조
└─ 전자금융거래법 §49④
10. 변호인 관점의 실무 포인트
① “벌금 정도로 알았다”는 항변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형법상 위법성의 인식은 죄명이나 형량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불법이라는 점을 알았다면 고의는 인정됩니다. 오히려 위 진술은 “불법인 줄 알았다”는 자백으로 기능합니다.
② 미필적 고의는 정황으로 인정된다
법원이 미필적 고의 인정에 쓰는 정황들이 이 사건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일당 수준을 벗어난 보수 제안 — “하루 100만 원 벌 수 있는 곳“
텔레그램 익명 대화방과 닉네임만의 지시 체계
유심·현금·퀵서비스 등 오프라인·현금 중심의 전달 방식
인터넷 검색으로 “라우터 설치는 보이스피싱 중범죄” 임을 확인하고도 계속한 사정
공범들 사이의 “감방에 들어가면 어쩌지” 라는 대화
③ 조직 상층과 말단의 인식 격차를 기록으로 남길 것
말단은 상선의 실체를 전혀 모르고, “코인 장외거래를 하는 사람” 정도로만 인식했습니다. 이 인식 격차는 범죄단체 가입·활동죄(형법 제114조)의 성립을 다투는 지점입니다. 조직도·역할분담·계속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단순 방조에 그친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④ 자수·공적확인은 조기에 판단해야 한다
기록에 “자수할 생각이 없었나요” — “솔직히 없었습니다“라는 문답이 그대로 남습니다. 검거 이후 자수는 성립하지 않지만, 수사협조에 따른 공적확인서는 여전히 양형에 반영될 여지가 있습니다. 상선의 인적사항·텔레그램 계정·라우터 발송 경로에 관한 진술은 실질적 수사협조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에서 전략을 정해야 합니다.
⑤ 몰수·추징과 피해회복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 및 특경가법 제10조에 따라 오염된 코인과 세탁 수익 모두 추징 대상이며, 실무상 범행 당시 시세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본인 수수액을 특정하는 자료(계좌 입출금 내역, 텔레그램 정산 대화)를 초기에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는 범죄수익의 3~5배 벌금 병과를 정하고 있어, 경제적 타격이 종전과 비교되지 않습니다.
⑥ 외국인 가담자라면 — 체류자격까지 함께 무너진다
보이스피싱 중계기·환전 사건에는 외국인 가담자가 상당수 포함됩니다. 이 경우 형사절차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 형이 확정되면 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에 따른 강제퇴거 대상이 될 수 있고,
-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사범심사를 거쳐 출국명령으로 이어지는 것이 통상입니다.
- 이후 입국규제(입국금지) 가 부과되면 재입국 자체가 장기간 차단됩니다.
- 체류자격 변경·연장 신청은 범죄경력을 이유로 불허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외국인 사건에서는 형사변론과 체류자격 대응을 처음부터 병행해야 합니다. 형사에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아냈다 하더라도, 사범심사 단계에서 소명하지 않으면 체류는 그대로 종결됩니다.
